Cooper Union2014. 3. 12. 01:37

만약에 인류의 기술이 정말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게 되어 각종 장기들을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인공심장, 인공 위, 인공 소장 및 대장, 인공 신장, 인공 간, 인공 관절 및 뼈, 심지어 인공 안구나 인공 뇌까지도 정말 실제 인간의 장기들과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해보자. (여기서 똑같다는 말은 기능적으로 같다는 말이지 재료나 크기가 같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약간은 끔찍한 가정들을 해보고 싶다. 혹시 이런 것들이 불쾌하다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것들을 다 조합해서 하나의 인간 (혹은 더욱 정확하게는 인간 로봇)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조합은 우리가 아는 인간으로써의 작동을 할까? 만약에 작동을 한다면 과연 이 실체는 우리처럼 생각을 하고 수학 문제를 풀고 심지어 소설을 쓴다던지 시를 쓴다던지 하는 고차원적인 일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인간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과연 그 새로운 실체가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만약에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우리는 실제 사람과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실 그 구분이라는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 그리고 기계적으로 만든 인공 뇌라면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같을 텐데 그렇다면 같은 인공 뇌에서 나온 인간 로봇들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그걸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겠지...) 다른 상상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을 것 같다. 만약에 노환으로 죽은 사람의 시체가 있다고 해보자. 분명 노환으로 죽은데에는 신체 어딘가에 문제가 있거나 기능적으로 너무 퇴화가 되어 죽었을 것이다. 만약이 이 사람이 심장이 약해서 죽었다고 한다면 단순히 심장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은 다시 팔팔하게 살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뇌는 정말 멀쩡한 사람인데 다른 신체 장기가 전체적으로 약해서 죽은 것이라고 한다면 뇌를 제외한 다른 장기를 다 교체한다고 했을 때 이 사람은 그 전과 같이 살 수 있을까?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있다면 그 전과 같이 산다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 다른 극적인 상상을 해보자. 만약에 신체 장기는 정말 다 멀쩡한데 뇌만 다치게 되어 뇌사상태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식물인간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체로 이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뇌만을 교체를 한다고 했을 때 이 사람은 옛날의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기능적으로 작동을 할 것이고 겉으로는 생긴 것도 같겠지만 과연 그 사람을 옛날의 사람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날의 사람과 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을까?


또 다른 생각을 해보자. 만약에 뇌는 정말 멀쩡히 있는데 다른 신체 장기들이 거의 죽기 진전의 상태에 있는 A라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반대편에는 뇌사상태에 있지만 다른 신체 장기는 거의 멀쩡한 B라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뇌를 제외한 신체 장기들이 거의 죽기 직전의 사람의 뇌를 뇌사상태에 있지만 다른 신체 장기는 멀쩡한 사람의 뇌와 교체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사람은 과연 A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B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다면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이라는 실체는 존재는 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이건 뇌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신체 어딘가에? 아니면 정말 온 신체에 골고루 퍼져있는 것일까?


만약에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낫다고 생각해보자. 무릎 피부에 있는 많은 수의 세포들은 아마 죽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세포들이 죽었다고 사람이 죽었다고 하진 않는다. 다만 좀 무지 아프겠지... (실제로 아프긴 무지 아팠다.) 그렇지만 내 무릎에 있는 세포들도 분명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릎에 상처가 났다는 것이 나의 영혼의 일부가 상처가 났다고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사실 이렇게 보면 죽음이라는 것의 실체도 모호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의학이란 것은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의학을 한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그 학문 자체가 다루는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연구를 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마치 물리학자들이 뉴턴의 법칙을 이용하여 어떤 질량을 가진 물체의 움직임 등을 예측 분석은 하면서도 정작 질량이 뭔지에 대해서 정확히 정의를 못 내리는 것과 같다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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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다. 리서치 기간 10주 중 정확히 5주가 지났다.
결과는 천천히, 그러나 불분명하게 나오고 있다.
인생을 사는 의미는 무엇일까?
큰 일을 이루려면 내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사람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좀 더 돈독히 할 수 있을까?
성공과 행복 두 가지를 다 이루는게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의 나와 10년 뒤의 나, 30년 뒤의 나, 50년 뒤의 나는 같을 것인가?
적어도 일관적일까?
나에게는 인생의 큰 그림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모양과 색깔의 그림일까?
세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세계의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세계의 모습과 어떤 면에서 같을까?
또 어떤 면에서 다를까?

시간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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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6년 전에 지금 내가 있는 하버드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민족사관고에서 나름 학생들의 의욕증진과 새로운 문물을 관찰(?)하게하는 차원에서 매년 수학여행을 미국으로 가고는 했는데 사실 그게 나로써는 첫 미국 경험이었다. 그 당시에 인천에서 시카고를 거쳐서 보스턴에 처음 도착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처음으로 밟은 미국 땅이라 감회가 좀 색다르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렇다. MIT를 먼저 구경하고 하버드를 들른뒤 저녁에 퀸시 마켓을 갔던걸로 기억한다. 그 때 당시 하버드 캠퍼스를 구경할 때 나의 느낌은 크게 두가지였는데 첫번째는 어차피 내가 갈 대학이 아니니 (공대쪽으로 관심있지 그 외의 분야는 전혀 관심이 없으므로 - 사실 그 당시에는 하버드는 거의 안중에 없었고 MIT에만 나의 관심이 쏠려있었다.) 무관심하다는거였고 두번째는 그래도 캠퍼스는 정말 이쁘다였다. 아무래도 대학이 몇 백년 되다 보니 엄청난 두께의 나무들이 한둘도 아니고 줄지어서 캠퍼스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 느낌이 뭔가 색달랐다.

5~6년 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버드에서 나를 10주짜리 REU 학생으로 뽑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기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 사실 하버드 캠퍼스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잘 모르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객관적으로는 하버드 캠퍼스는 그다지 아름답다고 할 순 없다. (물론 잔디밭도 없는 쿠퍼유니언보다는 훨씬 낫다.) 건물들이 대칭적이거나 비슷한 디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캠퍼스가 오밀조밀한 것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캠퍼스가 아름다운 학교는 프린스턴이었던거 같다. (코넬도 정말 아름답긴 했지만 너무 시골이므로 좀 비교하기가 그렇다.) 하다못해 콜롬비아도 캠퍼스가 작긴 하지만 하버드 캠퍼스보다는 훨씬 일관적이고 나은것 같다. (물론 하버드라는 대학 자체는 최고의 대학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캠퍼스 외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나의 예전 과거를 회상해보면 내 기억속에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기억됬던 곳이 바로 여기 하버드 캠퍼스였다. 내가 Howard University에 온 것 같지는 않고 나름 똑같은 Harvard University에 온게 확실해보이기는 한데 (여전히 하버드 설립자의 동상은 매일같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고 그 분의 신발은 오늘도 무지하게 딿고 있었다.) 똑같은 캠퍼스를 두고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몇 일 전부터 들기 시작한 의문이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그 5~6년 사이의 나의 상황, 나의 생각과 관념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 하버드를 방문 했을 때에는 물론 속으로는 나와는 상관없는 학교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그러는 동시에 그래도 역시 세계 최고의 대학에 왔구나라는 은연중의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똑같은 건물과 캠퍼스를 보더라도 훨씬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던거 같다. 지금은 10주짜리 임시 학생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그 캠퍼스를 직접 경험을 하고 있으므로 훨씬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떤 사람이 일관적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가치관의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장소, 상황, 사람을 경험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에대한 인식또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에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이 캠퍼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관념도 10년 20년 뒤에는 또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더 좋은 예시를 생각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럽을 여행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어린 나이에 유럽여행을 하는게 흔치는 않았던지라 나는 나름대로 기대가 많이 컸었던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아직 인천공항이 열기 전이었고 나는 김포공항에서 런던으로 향했고 거기서 파리를 거쳐 로마에 이르면서 여러가지를 보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로마에서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갔었다. 그 당시에 처음 히드로 공항에 내렸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내가 했던 생각은 "아 역시 영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대단하다. 공항도 김포공항보다 훨씬 크고 사람들도 많고 시설도 훨신 현대적이고..." 였던거 같다. 그리고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정말 유럽이라는 나라가 아직은 한국보다는 몇 십년 더 발전된 나라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돌아왔었다.

그러나 꼭 1년 전에 우연찮게 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리서치를 하게 되었고 그 전 한달동안 유럽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분명 똑같은 유럽을 여행했건만 (물론 간 지역들은 조금씩 다 달랐지만) 이번에 받은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이제는 유럽을 봐도 문화재 같은 것들이 좀 더 남아있긴 하지만 사회 기반 시설이라던지 인프라 같은 것들에 있어서 한국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똑같은 히드로 공항에 왔지만 이번에 받은 느낌은 10년 전에 받은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시설은 형편없었고 입국수속은 지루하기 그지없었고 화물도 제때제때 도착하지 않았다. 물론 히드로 공항이 세계에서 제일 바쁜 공항들 중에 하나여서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다가온 인식의 변화는 참으로 놀랍도록 컸다는 것이다.

이렇게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대상에 대해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건 정말 무섭도록 놀라운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반복해서 많이 하는게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동시에 그런 이유로 내 자신을 좀 더 단련시키고 인격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올바른 인식을 하기 위해서). 이러고 보니 내가 예전에 여행했던 나라들을 다시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아직까지도 가야할 곳들은 많은데 이미 갔던 곳들 까지 다시 가야하다니 정말 세상에 여행할 곳들은 차고 넘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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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ussion2011. 6. 8. 16:14
최근에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새로운 휴대폰을 사게되었다. 최신의 iphone4 부터 시작해서 기능이 거의 없는 prepay phone까지 종류가 너무나도 많았다. 결국에는 한달간 extra로 $30이 더 드는 스마트폰을 포기하고 일반 휴대폰을 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정말 편하긴 하다. 어디를 가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급할 때 참 요긴하다. 그러나 어찌 생각해보면 사람이 점점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 가 없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많은 수의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정말 자주 시도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꽤 많이 있었다. 예전에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도 비슷한 토의가 있었다. 그래도 컴퓨터는 자리 앞에 앉아야 이용할 수 있는데 반해 스마트폰은 정말 일어나서 잘 때 까지 언제나 함께 있기 때문에 그 정도가 더 심한듯 하다.

스마트폰이 과연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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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 Union2011. 3. 22. 01:27









이렇게 時間은 흘러간다... 한낱 一場春夢이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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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 Union2011. 2. 27. 08:19
#1 우주 저 멀리서 사는 외계인의 눈에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사람이 사는 모습은 참으로 다채롭고 신비하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때로는 서로 위로도 해주기도 한다. 간혹 서로 죽이기도 하고 서로 몹쓸 짓도 많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때로는 서로를 도우고 서로를 위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외계인들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2 M3 성단에서 온 한 외계인이 있었다. 외계인은 우연히 우주선을 타고 가다가 지구에 불시착하게 되었다.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은 사람들에게 온갖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생김새가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외계인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기는 커녕 시종일관 미움으로 대하였다. 온갖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으며 외계인은 하루라도 빨리 M3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묵묵히 고장난 우주선을 고치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한 사람이 외계인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이 사람은 외계인에게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비록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온갖 몸짓으로 둘은 나름대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 사람은 외계인을 편견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외계인을 대해주었다. 외계인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이 사람의 행동에 처음에는 의심으로써 대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사람의 행동인 진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진심으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외계인은 마침내 우주선을 다 고쳤고 이제 마음만 먹으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외계인은 왠지모르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우주선을 고쳤건만 이제는 지구에 남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고향에 돌아가서 몇 년간 보지 못한 많은 친구들과 부모님을 뵙고 싶기도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외계인은 결국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 대해준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남기고 떠나기로 했다.

외계인이 남긴 선물은 사람들이 흔히들 쓰는 휴대폰과 비슷한 것이었다. 외계인은 33,900 광년이 떨어진 곳에서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연락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서로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별로 쓸모 없는 것이긴 했지만 외계인은 이렇게라도 자기에게 유일하게 잘 대해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던 것이다. 외계인은 그 사람에게 M3성단을 가르키며 하늘이 맑은 한 밤중에는 지구에서도 자신의 고향이 보인다고 설명하려고 했다. 물론 그 사람은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한 후 외계인은 지구를 떠나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M3 성단으로 돌아온 외계인은 친구들과 부모님으로 부터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알아듣지 못할 그 사람의 목소리가 자꾸 생각났다. 외계인이 남긴 선물이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예전에 그 사람이 베풀던 친절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외계인은 결국 다시 그 사람을 찾아 지구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친구들과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밤이 깊은 어느날 외계인은 다시 M3성단을 탈출했다. 그러나 예전에도 우연히 지구에 가게 된 것이라 어떻게해야 다시 지구로 갈 수 있을지에 알 수가 없었다. 우주 한 가운데서 몇 년을 방황하던 외계인은 자신의 우주선에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다시 M3성단으로 돌아간다면 외계인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계인은 어떻해서든 지구로 가고 싶어했다.

결국 외계인은 굳은 결심을 하고 지구를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외계인은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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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 Union2011. 2. 25. 16:30
겨울은 항상 춥다. 더군다나 배고프기까지 하다. 겨울엔 모든 것이 움츠려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면 물은 겨울이 되면 오히려 팽창하기까지 한다. 4도씨보다 낮은 물은 부피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유일하게 고체들 중에서 얼음은 액체보다 밀도가 더 높아서 떠오를 지경이다. 그래서 물고기들은 겨울이 되어도 다행이도 깔려죽지 않는다. 그러니 겨울이 항상 움츠려들고 우울한 계절은 아닌 것이다. 배가 고프면 얼음을 뚫고 고기를 잡아 먹을 수도 있으니 언제나 배고픈것 만은 아닌 것이다.

겨울엔 생명이 숨쉬지 않는 무의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봄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상태이니 유의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겨울은 이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서 오히려 생명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오가는 사람의 삶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오히려 겨울이란 계절이 더워서 땀까지 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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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 Union2011. 2. 16. 15:46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저마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는 계절이다. 벼는 노랗게 익으면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가을은 모든 사람들에게 수확의 계절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만큼 얻는 것도 적다. 비록 열심히 일했어도 운이 나빠서 혹은 사기를 당해서 대가를 적게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가을이란 계절에도 결국에는 빈익빈 부익부의 결과를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쁨의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동시에 슬픔의 계절인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스스로 자초한 경우이기 때문에 덜하겠지만 정말 운이 없어서, 예를 들면 메뚜기 떼의 출현으로 힘들게 가꾸어온 논과 밭이 검게 초토화가 된 경우에는 누가 보상해줄 수도 없고 아무리 위로를 해주려고 해도 위로가 되어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수확의 계절에 절망을 맛 본다는 결과는 똑같기 때문이다.

가을은 하늘이 맑고 푸르러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날씨가 너무 이상해서 책을 좀 읽으려고 해도 느닷없이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도 하고 햇살이 너무 강하기도 하다. 가을인가 싶으면 또 금방 겨울로 넘어가버리곤 한다. 이러다가는 말이 살찌기도 전에 살이 쏙 빠질 지경이다. 가을이란 계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결국에는 뭐든지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좋은 집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계절이 아무리 괴팍해도 피할 보금자리가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운이 좋아서 수확을 많이 한 덕분에 배가 든든한 사람인 것이다.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가을이라고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Posted by pajamaboy
Cooper Union2011. 1. 23. 14:31
나는 여름을 그다지 안 좋아한다. 추우면 옷을 더 껴입으면 되지만 덥다고 속옷 이상 더 벗어버리면 경범죄로 체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춥다고 옷을 더 껴입으면 그래도 따뜻하지만 덥다고 옷을 벗는다고 그다지 시원한건 아니기 때문이다. 여름이 좋은 유일한 이유는 해가 길기 때문에 조금 늦게 일어나도 양심의 가책을 그나마 좀 덜 받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봄에 시작된 생명의 기운이 푸르름으로 다가오는 때이다. 온 만물이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이 여름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동물은 조금 특이해서 모든 사람이 여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시험 공부에 정신이 없고 어떤 사람은 남들이 봄을 맞이하는 동안 대충 놀기만 하다가 뒤늦게 봄을 억지로라도 만끽해보려고 에어컨도 키고 이리저리 꽃단장도 한다. 어떤 사람은 미처 여름이 오기도 전에 이미 겨울의 시린 추위를 만끽한다. 남들이 다 덥다고 옷을 벗어던질때 같이 옷을 벗어 던지다가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남들 따라 해수욕장에서 썬탠을 하다가 화상을 입기도 한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세계에서 2번째로 가장 큰 사막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황량한 사막이기도 하다. 거기서 화상도 입어보기도 하고 돈이 부족해서 구걸해보기도 했다. 평소에 잘 흘리지도 않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물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세게에서 가장 더운 곳들 중 하나인 투루판 분지에서도 정말 불에 타버릴거 같은 화염산에서 누구보다도 진짜 더위를 느껴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여름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여름에 대해서 잘 모르는거 같기도 한다. 여름은 따뜻함을 넘어선 정열의 계절이다. 가슴 속 한 가운데 그 어디엔가 있는 용암처럼 뜨겁고 붉은 정열을 언제쯤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까?
Posted by pajamaboy
Cooper Union2011. 1. 19. 13:12
내가 알기로 1월은 아직 겨울 중에서도 한겨울인데 여긴 벌써 봄인듯 하다. 하기야 여기는 난방 하나는 확실하게 따뜻하게 잘 데워준다. 첫 스타트를 끊은 아이는 불행히도 봄을 너무 일찍 맞이해버려서 그 휴유증으로 다리를 잘못 헛디뎠는지 안타깝게 되었다. 그 후에도 다시 다리 깁스를 하려 했으니 그 조차도 여의치 않은 듯 하다. 그 다음 스타트를 끊은 아이는 그래도 다행히도 요즘까지도 그럭저럭 잘 지내는 듯 하다. 아직까지 독감에 걸리지는 않은 듯 하다. 그러다가 지난해 마지막 날 갑자기 어떤 아이가 세번째 티켓을 끊더니 그저께 느닷없이 또 다른 아이가 네번째 티켓을 끊었다. 쿠퍼유니언이 졸지에 공연장이 되었다. 이러다가는 티켓이 다 매진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내 밑에 있던 아이들도 티켓을 사재기하려고 한다. 역시 옛 말에 틀린 말이 없다고 이말삼초라는 말은 사실이다.

공연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는 티켓을 끊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긴 한데 왠지 옆에서 다들 표를 사재기 하니까 왠지 나도 표를 사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두고 약간의 고민을 하게된다. 그래서 친구들은 굳이 쿠퍼유니언 공연 말고 다른 야외 공연 티켓에도 한 번 관심을 가져보라고 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연이라는 그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나로써는 이게 과연 좋은 공연인건지 나에게 도움되는 공연인건지 고민하게 된다.

아무래도 남들은 다 겨울인데 혼자 봄을 맞이한다고 너무 빨리 얇은 옷으로 갈아입어버리면 환절기 독감에 걸리기도 쉬우니 봄을 빨리 맞는다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적당이 운동도 하고 해서 환절기 독감을 물리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하겠다. 독감 주사도 미리미리 맞아둬야할 것이다. 봄이 오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도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겠지. 나이가 그래도 조금 더 먹는 거니까 좀 더 스스로 성숙해지려고 노력해야겠지.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봄이 오겠지.
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