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Union2011. 2. 16. 15:46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저마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는 계절이다. 벼는 노랗게 익으면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가을은 모든 사람들에게 수확의 계절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만큼 얻는 것도 적다. 비록 열심히 일했어도 운이 나빠서 혹은 사기를 당해서 대가를 적게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가을이란 계절에도 결국에는 빈익빈 부익부의 결과를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쁨의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동시에 슬픔의 계절인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스스로 자초한 경우이기 때문에 덜하겠지만 정말 운이 없어서, 예를 들면 메뚜기 떼의 출현으로 힘들게 가꾸어온 논과 밭이 검게 초토화가 된 경우에는 누가 보상해줄 수도 없고 아무리 위로를 해주려고 해도 위로가 되어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수확의 계절에 절망을 맛 본다는 결과는 똑같기 때문이다.

가을은 하늘이 맑고 푸르러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날씨가 너무 이상해서 책을 좀 읽으려고 해도 느닷없이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도 하고 햇살이 너무 강하기도 하다. 가을인가 싶으면 또 금방 겨울로 넘어가버리곤 한다. 이러다가는 말이 살찌기도 전에 살이 쏙 빠질 지경이다. 가을이란 계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결국에는 뭐든지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좋은 집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계절이 아무리 괴팍해도 피할 보금자리가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운이 좋아서 수확을 많이 한 덕분에 배가 든든한 사람인 것이다.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가을이라고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