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Union2014. 3. 12. 01:37

만약에 인류의 기술이 정말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게 되어 각종 장기들을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인공심장, 인공 위, 인공 소장 및 대장, 인공 신장, 인공 간, 인공 관절 및 뼈, 심지어 인공 안구나 인공 뇌까지도 정말 실제 인간의 장기들과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해보자. (여기서 똑같다는 말은 기능적으로 같다는 말이지 재료나 크기가 같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약간은 끔찍한 가정들을 해보고 싶다. 혹시 이런 것들이 불쾌하다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것들을 다 조합해서 하나의 인간 (혹은 더욱 정확하게는 인간 로봇)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조합은 우리가 아는 인간으로써의 작동을 할까? 만약에 작동을 한다면 과연 이 실체는 우리처럼 생각을 하고 수학 문제를 풀고 심지어 소설을 쓴다던지 시를 쓴다던지 하는 고차원적인 일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인간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과연 그 새로운 실체가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만약에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우리는 실제 사람과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실 그 구분이라는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 그리고 기계적으로 만든 인공 뇌라면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같을 텐데 그렇다면 같은 인공 뇌에서 나온 인간 로봇들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그걸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겠지...) 다른 상상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을 것 같다. 만약에 노환으로 죽은 사람의 시체가 있다고 해보자. 분명 노환으로 죽은데에는 신체 어딘가에 문제가 있거나 기능적으로 너무 퇴화가 되어 죽었을 것이다. 만약이 이 사람이 심장이 약해서 죽었다고 한다면 단순히 심장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은 다시 팔팔하게 살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뇌는 정말 멀쩡한 사람인데 다른 신체 장기가 전체적으로 약해서 죽은 것이라고 한다면 뇌를 제외한 다른 장기를 다 교체한다고 했을 때 이 사람은 그 전과 같이 살 수 있을까?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있다면 그 전과 같이 산다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 다른 극적인 상상을 해보자. 만약에 신체 장기는 정말 다 멀쩡한데 뇌만 다치게 되어 뇌사상태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식물인간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체로 이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뇌만을 교체를 한다고 했을 때 이 사람은 옛날의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기능적으로 작동을 할 것이고 겉으로는 생긴 것도 같겠지만 과연 그 사람을 옛날의 사람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날의 사람과 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을까?


또 다른 생각을 해보자. 만약에 뇌는 정말 멀쩡히 있는데 다른 신체 장기들이 거의 죽기 진전의 상태에 있는 A라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반대편에는 뇌사상태에 있지만 다른 신체 장기는 거의 멀쩡한 B라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뇌를 제외한 신체 장기들이 거의 죽기 직전의 사람의 뇌를 뇌사상태에 있지만 다른 신체 장기는 멀쩡한 사람의 뇌와 교체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사람은 과연 A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B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다면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이라는 실체는 존재는 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이건 뇌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신체 어딘가에? 아니면 정말 온 신체에 골고루 퍼져있는 것일까?


만약에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낫다고 생각해보자. 무릎 피부에 있는 많은 수의 세포들은 아마 죽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세포들이 죽었다고 사람이 죽었다고 하진 않는다. 다만 좀 무지 아프겠지... (실제로 아프긴 무지 아팠다.) 그렇지만 내 무릎에 있는 세포들도 분명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릎에 상처가 났다는 것이 나의 영혼의 일부가 상처가 났다고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사실 이렇게 보면 죽음이라는 것의 실체도 모호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의학이란 것은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의학을 한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그 학문 자체가 다루는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연구를 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마치 물리학자들이 뉴턴의 법칙을 이용하여 어떤 질량을 가진 물체의 움직임 등을 예측 분석은 하면서도 정작 질량이 뭔지에 대해서 정확히 정의를 못 내리는 것과 같다고 해야할까?

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