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Union2011. 1. 23. 14:31
나는 여름을 그다지 안 좋아한다. 추우면 옷을 더 껴입으면 되지만 덥다고 속옷 이상 더 벗어버리면 경범죄로 체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춥다고 옷을 더 껴입으면 그래도 따뜻하지만 덥다고 옷을 벗는다고 그다지 시원한건 아니기 때문이다. 여름이 좋은 유일한 이유는 해가 길기 때문에 조금 늦게 일어나도 양심의 가책을 그나마 좀 덜 받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봄에 시작된 생명의 기운이 푸르름으로 다가오는 때이다. 온 만물이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이 여름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동물은 조금 특이해서 모든 사람이 여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시험 공부에 정신이 없고 어떤 사람은 남들이 봄을 맞이하는 동안 대충 놀기만 하다가 뒤늦게 봄을 억지로라도 만끽해보려고 에어컨도 키고 이리저리 꽃단장도 한다. 어떤 사람은 미처 여름이 오기도 전에 이미 겨울의 시린 추위를 만끽한다. 남들이 다 덥다고 옷을 벗어던질때 같이 옷을 벗어 던지다가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남들 따라 해수욕장에서 썬탠을 하다가 화상을 입기도 한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세계에서 2번째로 가장 큰 사막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황량한 사막이기도 하다. 거기서 화상도 입어보기도 하고 돈이 부족해서 구걸해보기도 했다. 평소에 잘 흘리지도 않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물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세게에서 가장 더운 곳들 중 하나인 투루판 분지에서도 정말 불에 타버릴거 같은 화염산에서 누구보다도 진짜 더위를 느껴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여름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여름에 대해서 잘 모르는거 같기도 한다. 여름은 따뜻함을 넘어선 정열의 계절이다. 가슴 속 한 가운데 그 어디엔가 있는 용암처럼 뜨겁고 붉은 정열을 언제쯤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까?
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