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Union2014. 7. 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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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까지도 반딧불을 보는 것은 흔하지 않다. 작년 9월쯤 2달간 여행을 할 때 Amphawa 라고 방콕 근교 도시에서 본적이 있다. 이곳은 방콕 사람들에게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환경이 워낙에 깨끗해서 반딧불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가 지면 수로와 강을 따라 배를 타고 가면서 반딧불을 구경하는게 유명하다. 사실 그 때는 큰 강에서 어렴풋이 봤기 때문에 자세히 반딧불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그저 수 십만마리의 반딧불들이 만드는 장관을 보며 아름다음에 취한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 이후 사실 반딧불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최근에 지금 살고 있는 뉴욕 아파트 단지에서 흔하게 반딧불을 보게 되었다. 반딧불은 원래 환경이 깨끗한 곳에서만 자란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뉴욕이 깨끗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낮에 반딧불이 실제로 생긴 모습을 가까이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사실은 약간 충격이었다. 물론 사진으로 반딧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적은 있었지만 막상 제대로 가까이서 보니 반딧불이 상상 이상으로 징그럽게 생겼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벌레에 대한 두려움이 많긴 하지만 저녁에 반딧불이 내는 아름다운 빛을 보면 사실 이 벌레의 이런 본 모습을 상상하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실 좀 징그러웠기 때문에 깨끗한 벌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정이 가진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벌레의 징그러운 모습 조차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벌레가 내는 정말 아름다운 불빛이 오히려 이 벌레의 징그러운 모습 때문에 더더욱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며칠간 비가 온 적이 있었는데 비를 많이 원망했다. 비가 오는 날엔 이 벌레를 볼 수 없으니까...


반딧불의 매력은 휘황찬란한 밝은 빛이라기보단 은은하면서도 어둠과 조화가 되는 그런 빛이 아닐까 싶다. 결국 사랑이라는 것도 이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겉에서 보기엔 징그러울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면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게 아닐까... 내가 한밤중에 반딧불을 보며 아름다움에 취하고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것 처럼 사랑도 그런것 같다. 한순간에 불타올랐다 쉽게 꺼져버리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빛을 내는 사랑... 그런게 아마도 반딧불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랑의 진리인듯 싶다.

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