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Union2010. 11. 15. 15:55
여러가지 의미에서 감사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냥 나 자신이 살아있다는 그 사실 자체에 감사하다. 물론 몸은 바쁘고 힘들고 지친다. 어떻게 흘러가던 시간은 잘 흘러간다. 어떻게 흘려보내느냐의 문제이겠지.

그러나 마음만큼은 요즘과 같이 따뜻할 때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따뜻함 너머로는 허무함도 존재한다. 인생의 허무함? 이런 심오한 것은 아니고 그냥 형용할 수 없는 허무함이다. 그러나 그것을 압도할만한 따뜻함이 조금씩 느껴지고 있는게 너무나도 고마울 지경이다. 조건없는, 혹은 대가없는 따뜻함이어서 더 따뜻함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내가 받은 따뜻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전해주는데는 많이 어색한듯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국에서의 격한 경쟁 사회를 살아오면서 나는 온갖 질시와 질투를 이겨내는데만 집중했다. 항상 마음 한 가운데 어딘가에는 너무 약한 곳이 있어서 그 곳이 다칠까 두려워 항상 나 자신을 딱딱한 갑옷에 가두려고 했다. 그리고 그 갑옷에는 온갖 가시들을 꽂아놓고 그 곳에 독을 발라놔서 항상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을 다치게 하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을 나에게 복종시키려했고, 적어도 내가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했다. 속으로는 전혀 그럴 마음도 없지만 겉으로는 항상 거칠게 표현하고 퉁명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마치 아무 생각이 없는 것 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서서히 다가오는 그 따뜻함은 너무나도 강렬한 것이어서 그 두꺼운 갑옷마저도 따뜻함이 통과하는듯 하다. 이제는 그 따뜻함이 덥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필시 그 갑옷을 벗어던져 버려야겠건만... 그 갑옷을 던져버려야 진정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겠건만... 그 갑옷을 던져버리는 것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지라 너무나도 두렵고 무섭다. 지금까지는 갑옷을 더 두껍게 만들고 그 안에 나를 꽁꽁 묶어두는데만 익숙해져있는데, 그것을 벗어던지는 것은 모험과도 같다. 어쩌면 나 자신의 가장 연약한 그 곳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너무 싫을지도 모른다. 나의 가장 연약한 그 곳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간혹 상처를 입게 된다면 정말 너무나도 아플 것 같다. 그것은 갑옷을 만들고 나서는 거의 겪어본 적이 없는 아픔이기에, 너무나도 오래 전의 아픔이기에 더더욱 큰 아픔으로 다가오겠지. 그러나 진정으로 따뜻함을 느끼고 따뜻함을 즐기고, 더욱 나아가서 따뜻함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려면 갑옷을 벗어던져버려야겠지. 언젠가는 가슴 속 깊이 어딘가에 있는 그 허무함도 따뜻함이 녹여버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때가 되면 나 스스로 따뜻함이 샘 솟듯이 흐를지도 모르겠다. 그 때가 되면 진정으로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
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