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Union2010. 10. 18. 10:33
오랫동안 시베리아 툰드라지방의 작은 이끼들은 얼어붙어있는 얼음 땅에서 살고있었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절대로 이끼는 죽지 않는다. 아무리 메서운 눈보라가 불어도 이끼는 나름대로 생명을 유지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이끼이지만 이끼들 스스로는 그 힘겨움을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이렇게 차갑디 차가운 툰드라 지방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상 기온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태양 흑점의 변화가 원인일 수도 있겠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변화는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너무 서서히 일어나서 처음에는 그 변화를 느끼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변화는 시작되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의 땅에 서서히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위에 너무 익숙해있던 이끼는 오히려 그 온기가 어색할 지경이다. 그 온기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 온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 그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몇몇 이끼들은 심지어 이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있었다.

점점 이 변화는 커지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적응을 시작한 이끼들은 이 온기가 드디어 반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시 이 온기가 사라져버린다면 어쩌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온기가 주는 따뜻함은 너무나도 거대한 것이어서 어찌할 수가 없다. 처음에 얼음으로 뒤덥혀 있던 곳들은 서서히 그 온기를 얻어 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난다. 이제 여기는 예전에 툰드라지방이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많큼 모든 것들이 많이 변화해있다. 이제 여기에는 이끼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끝이 없는 초원 지대로 바뀌어 있다. 끝없이 펼쳐진 풀들은 거기에서 사는 사슴들에게 좋은 먹이를 제공한다. 서서히 사람들도 옮겨와 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원래 얼어붙은 땅에서 살던 이끼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거기서 살던 수없이 많은 풀들, 사슴들, 심지어는 사람들까지 모두 죽을 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예전부터 살던 이끼들도 모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끼들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싶어하지 않는다. 이 땅에 좀 더 온기가 불어서 더 많은 생명들과 더불어 살기를 원한다. 자신들이 살던 세상을 변화시킨 온기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이끼의 삶은 계속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이끼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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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