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Union2010. 9. 27. 10:48
집에 쥐가 들었다. 뉴욕에 살면서 쥐를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다른 곳도 아닌 내 집에서 쥐를 그것도 정면으로 마주치는건 처음 있는 일이라 많이 당황했다. 처음에 발견된 곳은 공부를 하려고 폼 잡는 중 내 책상 옆이었는데 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완전 놀래 자빠져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더니 쥐도 놀랬는지 옷장 뒤에 숨어버렸다.

이사를 할 때 가장 신경 많이 썼던 것이 쥐 구멍의 여부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옷장 뒤에는 쥐구멍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래서 분명히 좀 지나면 나올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잠시 방심한 사이 아니나 다를까 쥐가 쏜살같이 튀어나오더니 내 옷더미들을 짓밟고 주방쪽으로 달려가는걸 봤다. 사실 쥐는 그 생김새도 고약하지만 그 보다도 그 다다닥 거리는 달리는 소리와 슥슥 가는 소리가 최악인거 같다.

덕분에 1시간 동안 고함만 계속 지르고 아무짓도 못하고 땀만 줄줄 흘리고 말았다.

내일 시간이 맞는 아이들은 대충 불렀는데 기필코 쥐를 찾아내서 잡아 족친 다음 쥐구멍을 철저하게 시멘트로 쳐바를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멘트를 어디서 구할지, 그리고 쥐 덫을 친다고 해도 거기에 걸려서 나자빠져있는 놈을 어떻게 처치하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이러저리 지식들을 검색해본 결과 쥐는 특히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겨울이 되면 최악이 된다고 하는데 이래저래 머리아프다. 이번 기회에 족치지 않으면 겨울에는 아마도 쥐와 함께 겨울을 나야할지도 모르겠다.

다가오는 목요일에 생물 중간고사가 있는데 덕분에 공부도 하나도 못하고 이래저래 짜증만 난다.

어디 가서 뉴욕에 세계 최고의 도시라고 하면 나는 웃긴소리 하지 말라고 할 거다.

P.S. 이런 가운데 과연 땡스기빙 때 우리집에서 자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간댕이가 부은 몇몇 남자 아이들을 제외하면 아마 없을거 같다.

P.S.2. 쥐가 싫으면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집에서 살면 된다. 고로 돈을 많이 벌어야한다는 결론이다.

P.S.3. 아니면 쥐가 나타나도 내가 그거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공부를 열나게 하면 된다. 이게 가능할런지는 모르겠지만...
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