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Union2009. 12. 3. 16:49
이번 포스팅은 잘난척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번에 두번째 Fluid 시험... 내가 봐도 대박났다. 평균 83점에 최저 73점 최고 100점 시험에서 내가 100점 받았다. 솔직해보겠다. 잘난척해보고 싶었다.

현실은?

첫번째 중간고사 이후로 간 수업보다 안 간수업이 2배정도로 많았던거 같다. 이 교수가 보통 숙제를 내주기만 하고 잘 안 거두는데 한 번씩 풀이가 4~5장 나오는 숙제를 거두는 적이 있다. 수업을 안 가니까 그게 있는 줄도 몰랐다. 사실은 숙제를 내는 날 수업도 안 가려고 하다가 숙제가 있다는 사실을 12시간에 우연히 친구랑 전화하다가 듣게되서 말그대로 "깜놀"이었다. 와우... 숙제를 펴는데 무슨 소리임? 하여간에 많이 당황했다. 원래 계획은 상콤하게 자는거였는데 계획이 완전 ㅁ된거다.

일단 닥치고 문제푸는데 집중했다. 그 공식이 어떻게 나왔는지 따위는 관심조차 없었다. 왜케 문제가 길고 복잡하고 시키는게 많지? 한 3시간 투자한 끝에 2문제 중 1문제는 풀고 나머지 1문제는 내일 수업가서 하자고 생각해서 잤다.

수업이 9시인데 8시 30분에 갔다. 혹시나 나에게 힌트를 줄 사람이 있나 싶어서였다. 3학년 수업이라 내가 모르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인데 내가 아는 한국 누나가 있었다. 이 누나에게 평소에도 많이 빌붙었기에 이번에도 거리낌없이 빌붙었다.

결론적으로 베낀건 아니지만 거의 베낀거나 다름 없는 힌트를 얻었다. 후다닥 숙제를 하니까 9시 10분 정도였고 약 1분뒤에 숙제를 거둬갔다. 수업시간에 숙제를 하기로한 나의 원래 계획은 정말 망할뻔 했다.

한 2주가 지나서 중간고사보기 이틀전이었다.
이번에는 제발 무조건 하다못해 이틀전에부터 공부를 하자고 마음먹고 일단 그 전에 빌붙었던 한국 누나한테 빌붙어서 노트를 복사했다. 이 누나 노트는 대박이다. 정말 모든것이 다 있다. 그러나 그 날도 그냥 상콤하게 잘 잤다.

전날이었다. 물러설수 없는 경계였다. 오후 3시에 일어나서 4~5시에 있는 수업은 제끼고 4시부터 공부 시작했다. 챕터 5개가 시험 범위인데 그중 3개는 들어본적도 없는 거였다.흠.... potential flow가 뭐지... 오후 4시는 아직 밖이 밝아서 집중이 잘 안됬다. 상콤하게 저녁을 먹는다는 핑계로 7시까지 놀아줬다.

아직 example도 다 못 풀었다. 저녁 9시쯤에 같이 공부하는 친구놈이 왠걸... 숙제 리스트와 교수가 직접 쓴 답지가 있었다. 걔껄 빌려다가 학교에 있는 교수 전용 복사기로 가서 한국인들만 아는 비번을 때리고 상콤하게 복사를 때려줬다. 그 때까지도 숙제가 뭔지 몰랐던거다.

이해안가는거 있으면 무조건 친구한테 질문했다. 얘도 사실 잘 모르긴한데 중요한건 나보다는 많이 안다는거...

그 이후로 새벽 4시까지 example을 겨우 다 봤다. 시험이 아침 8시 반 부터 12시 반까지였는데 그럼 4시간 반 남은거다. 헐...  HW은 결국 절반은 내가 풀고 나머지 절반은 친구꺼 복사한걸 "READING" 했다.

시험장에 갔다. 예상한 문제도 있고 아닌 문제도 있었다. 심지어 2~3개 챕터에 해당되는 문제들은 HW을 READING했기 때문에 처음으로 "손으로" 풀어보는 문제도 있었다.

시험을 4시간만에 다 봤다. 왠지 기분이 상콤했다. 잘 본거 같았다. 왠지 시험 잘보면 그 다음부터 수업 더 안가게될까봐 걱정됬다. 그리고 지금 그게 현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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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우연의 연속으로 이번 시험은 잘 봤는데 이게 언제까지 가느냐 이거다. 내가 공부를 1,2년하고 그만둘 사람도 아니고 한 10년은 더해야할텐데 10년 뒤에도 이게 먹힐거 같지는 않다. 내가 지금 외국애들보다 좀 더 잘한다고 창의력 있는 외국애들보다 10년 뒤에도 더 잘할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Material Science도 그렇고 이 과목도 그렇고 저번학기 저저번학기 모두 주워먹기를 잘해서 성적을 잘 받은 과목들이 한 절반이 되는거 같다. 주워먹기가 좋은건지...

예를 들어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은 친구들이 고급스런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데 밖에서 구걸하는 내가 좀 불쌍해 보여서 음식을 던져주는거 같다. 그런데 나는 던져준 음식을 정말 잘 소화시키고 있고 고급 식당에서 먹고 있던 친구들은 먹다가 체한거 같다는 느낌이다.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일수도 있고 너무 고급 음식이라 돈이 감당이 안되서 그런거일수도 있겠다. 아니면 밥 먹으면서 딴 생각을 해서 그런거일수도 있고...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처음부터 고급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는게 낫지 않겠는가... 장기적으로 본다면 사실 그게 내가 나아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구걸도 1년이면 몰라 평생 하라면 할 사람이 있을까?

지금 Manangement 시간에도 배우는 내용이지만 한껏 성공에 취해있을 때 위기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구걸해서 얻어먹은 음식이 지금 비록 맛있는듯 하지만 언제까지 맛있을꺼란 보장은 없다. 내년에는 $20 짜리 음식을 먹고 그 후에는 $100 $200 심지어 $10000 짜리 음식도 먹어야하지 않겠는가... $1 짜리 음식을 먹으면서 지금 배부르다고 만족하는게 아니라 곧 $1짜리 음식이 사라진다는 위기의식, 혹은 $1짜리 음식이 더이상 맛이 없어질꺼라는, 혹은 옆에 있는 사람이 나의 $1짜리 음식을 빼앗아 먹을수도 있다는 그런 위기의식이 필요할꺼 같다.

위기의식을 역동적인 (다이내믹) 방향으로 풀어나가는게 지금까지의 방향이었던거 같다. 다음하기도 23학점 듣기로 했다. $1짜리 음식 찾으로 맨하탄, 심지어 뉴욕주 전체를 다 돌아다니는거다. 나이가 들면 움직이는거, 심지어 손 흔드는거도 힘들어지겠지. 그럼 과연 그 때도 $1 음식을 찾으러 해매러 다닐껀가... 간지나게 VIP 카드를 꺼내들고 $10000 짜리 음식을 먹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역동적이면서도 고급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그런 베이스 또는 경험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수업이 거의 없고 다 저녁 수업이라 잘 모르겠고 다음주 화요일부터 조금 고급 식당에 갈 수 있을지 두고보겠다. 음식의 기초를 분명히 이해하고 심지어 음식에 후추가 들어갔는지 양파가 들어갔는지 등을 낯낯이 밝혀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야하지 않을까? 고급 와인을 마시려고 하는데 필요한 거는 돈 뿐만이 아니라 고급와인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아무리 비싼 와인이여도 내 입맛에 안 맞으면 그만아닌가...

경제적으로 분석할 때 Free rider가 경제의 inefficiency를 부추긴다고 한다. 공공재의 문제가 free rider가 생긴다는건데 나는 지금 한국 커뮤니티라는 공공재에서의 독보적인 free rider라고 생각한다. 뽑아낼 수 있는 데까지 싹 뽑아낸다. 그런데 갑자기 free ride가 사라지고 택시만이 남는다면? 아니면 헬리콥터만 남았다면? 심지어 헬리콥터는 모는 방법도 모른다. 지금까지 누군가가 태워주던 회전목마가 아니다. 조작법도 어렵고 돈도 많이 든다. 그런데 속도는 정말 회전목마보다 훨씬 빠르다. 회전목마가 재밌긴 하지만 언젠가는 제트기도 타야하지 않겠는가... 회전목마만 타다가 끝나는 인생 그다지 재미없다.

제트기를 타고다니며 $10000짜리 음식을 먹는 날을 바라보며 역동적으로 사는게 내 인생의 목표가 되겠다. 오전에는 뉴욕에서, 점심은 도쿄에서, 저녁은 파리에서 밥을 먹고 프라하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동균이가 되어야지 않겠는가... 뭐 같이 따라다닐수 있는 와이프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혼자 그렇게 해야한다면 그렇게 하겠다. 나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와이프가 존재한다고 해도 힘들어서 도망칠게 분명하다.
Posted by pajam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