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Category of 'Cooper Union/Harvard Univ (11')': 2 Articles

  1. 2011.07.11 201107110451 3
  2. 2011.06.17 201106161415 인식의 변화 8
시간은 빠르다. 리서치 기간 10주 중 정확히 5주가 지났다.
결과는 천천히, 그러나 불분명하게 나오고 있다.
인생을 사는 의미는 무엇일까?
큰 일을 이루려면 내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사람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좀 더 돈독히 할 수 있을까?
성공과 행복 두 가지를 다 이루는게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의 나와 10년 뒤의 나, 30년 뒤의 나, 50년 뒤의 나는 같을 것인가?
적어도 일관적일까?
나에게는 인생의 큰 그림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모양과 색깔의 그림일까?
세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세계의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세계의 모습과 어떤 면에서 같을까?
또 어떤 면에서 다를까?

시간은 빠르다...
Posted by pajamaboy
한 5~6년 전에 지금 내가 있는 하버드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민족사관고에서 나름 학생들의 의욕증진과 새로운 문물을 관찰(?)하게하는 차원에서 매년 수학여행을 미국으로 가고는 했는데 사실 그게 나로써는 첫 미국 경험이었다. 그 당시에 인천에서 시카고를 거쳐서 보스턴에 처음 도착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처음으로 밟은 미국 땅이라 감회가 좀 색다르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렇다. MIT를 먼저 구경하고 하버드를 들른뒤 저녁에 퀸시 마켓을 갔던걸로 기억한다. 그 때 당시 하버드 캠퍼스를 구경할 때 나의 느낌은 크게 두가지였는데 첫번째는 어차피 내가 갈 대학이 아니니 (공대쪽으로 관심있지 그 외의 분야는 전혀 관심이 없으므로 - 사실 그 당시에는 하버드는 거의 안중에 없었고 MIT에만 나의 관심이 쏠려있었다.) 무관심하다는거였고 두번째는 그래도 캠퍼스는 정말 이쁘다였다. 아무래도 대학이 몇 백년 되다 보니 엄청난 두께의 나무들이 한둘도 아니고 줄지어서 캠퍼스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 느낌이 뭔가 색달랐다.

5~6년 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버드에서 나를 10주짜리 REU 학생으로 뽑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기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 사실 하버드 캠퍼스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잘 모르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객관적으로는 하버드 캠퍼스는 그다지 아름답다고 할 순 없다. (물론 잔디밭도 없는 쿠퍼유니언보다는 훨씬 낫다.) 건물들이 대칭적이거나 비슷한 디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캠퍼스가 오밀조밀한 것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캠퍼스가 아름다운 학교는 프린스턴이었던거 같다. (코넬도 정말 아름답긴 했지만 너무 시골이므로 좀 비교하기가 그렇다.) 하다못해 콜롬비아도 캠퍼스가 작긴 하지만 하버드 캠퍼스보다는 훨씬 일관적이고 나은것 같다. (물론 하버드라는 대학 자체는 최고의 대학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캠퍼스 외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나의 예전 과거를 회상해보면 내 기억속에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기억됬던 곳이 바로 여기 하버드 캠퍼스였다. 내가 Howard University에 온 것 같지는 않고 나름 똑같은 Harvard University에 온게 확실해보이기는 한데 (여전히 하버드 설립자의 동상은 매일같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고 그 분의 신발은 오늘도 무지하게 딿고 있었다.) 똑같은 캠퍼스를 두고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몇 일 전부터 들기 시작한 의문이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그 5~6년 사이의 나의 상황, 나의 생각과 관념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 하버드를 방문 했을 때에는 물론 속으로는 나와는 상관없는 학교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그러는 동시에 그래도 역시 세계 최고의 대학에 왔구나라는 은연중의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똑같은 건물과 캠퍼스를 보더라도 훨씬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던거 같다. 지금은 10주짜리 임시 학생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그 캠퍼스를 직접 경험을 하고 있으므로 훨씬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떤 사람이 일관적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가치관의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장소, 상황, 사람을 경험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에대한 인식또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에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이 캠퍼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관념도 10년 20년 뒤에는 또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더 좋은 예시를 생각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럽을 여행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어린 나이에 유럽여행을 하는게 흔치는 않았던지라 나는 나름대로 기대가 많이 컸었던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아직 인천공항이 열기 전이었고 나는 김포공항에서 런던으로 향했고 거기서 파리를 거쳐 로마에 이르면서 여러가지를 보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로마에서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갔었다. 그 당시에 처음 히드로 공항에 내렸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내가 했던 생각은 "아 역시 영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대단하다. 공항도 김포공항보다 훨씬 크고 사람들도 많고 시설도 훨신 현대적이고..." 였던거 같다. 그리고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정말 유럽이라는 나라가 아직은 한국보다는 몇 십년 더 발전된 나라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돌아왔었다.

그러나 꼭 1년 전에 우연찮게 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리서치를 하게 되었고 그 전 한달동안 유럽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분명 똑같은 유럽을 여행했건만 (물론 간 지역들은 조금씩 다 달랐지만) 이번에 받은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이제는 유럽을 봐도 문화재 같은 것들이 좀 더 남아있긴 하지만 사회 기반 시설이라던지 인프라 같은 것들에 있어서 한국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똑같은 히드로 공항에 왔지만 이번에 받은 느낌은 10년 전에 받은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시설은 형편없었고 입국수속은 지루하기 그지없었고 화물도 제때제때 도착하지 않았다. 물론 히드로 공항이 세계에서 제일 바쁜 공항들 중에 하나여서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다가온 인식의 변화는 참으로 놀랍도록 컸다는 것이다.

이렇게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대상에 대해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건 정말 무섭도록 놀라운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반복해서 많이 하는게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동시에 그런 이유로 내 자신을 좀 더 단련시키고 인격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올바른 인식을 하기 위해서). 이러고 보니 내가 예전에 여행했던 나라들을 다시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아직까지도 가야할 곳들은 많은데 이미 갔던 곳들 까지 다시 가야하다니 정말 세상에 여행할 곳들은 차고 넘친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pajamaboy